교과서적이기까지 한 이 연애담이 그와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한참 지우고 고치고 또 다시 적은 수첩을 덮었다. 너무나도 저를 지금까지, 그니까 진 타란티노를 만나기 전까지의 자신을 보아온 이들이 아는 김승민의 이미지에 맞춘 이야기인 나머지 우습기까지 했다.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그냥 코미디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신도 평생 다 납득 못할 사랑의 과정을 어떻게 타인에게 설명하랴. 그렇게까지 해서 결혼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yes였다. 결혼도 하고 싶고, 약혼도 하고 싶고, 결혼 발표도 하고 싶다.
도저히 그렇게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다른 방법을 고를 마음 자체가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겠지. 애초부터 결혼 발표를 해도 될지, 말지부터가 무의미한 고민이었다. 결혼 발표 이야기를 들었던 순간부터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세상에 당신을 사랑한다고 소리치고 싶다. 견딜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을 찾아 몸을 움직였다. 그 느긋한 몸동작, 여유가 넘치는 목소리, 소파에 푹 앉아 불필요한 고민으로 작은 머리통을 열심히 굴리는 저와는 다르게 너무도 평화로워 보이는 그의 무릎에 앉았다. 여기는 자신만 차지할 수 있는 특등석이다. 그의 심장소리에 호흡까지 전부 들을 수 있는 자리. 내가 당신을 보며 얼마나 얼굴을 붉히고 있는지 남김없이 보여줄 수 있는 자리. 언제든지 당신에게 키스할 수 있고, 가슴을 맞댈 수도 있고, 어깨에 목을 감을 수도 있고… 오직 나만 차지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였다. 당신 가까이 몸을 마주 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