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발표. 결혼 발표를 하게 된다면 그 전에 먼저 부모님에게 말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회사에서 만나서 어쩌다 보니 사랑에 빠지게 되었어… 하고 무난한 로맨스를 늘어 놓아야 할까?
나는 당신과 그런 심플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클리셰 같은 연애를 나눈 기억이 없지만, 그 누구에게도 우리의 연애는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일뿐이니 분명 완벽하게 거짓말을 짜내기 위해 혼자 스토리를 만들 게 될 거다. 언제 어떻게 만났고, 어디서 사랑에 빠졌고, 얼마나 아름답게 살고 있는지. 이 사람을 만나서 모든 순간이 행복했고… 그런 내가 겪지 못한 연애담을 만들어 내겠지. 내 사랑이 미쳤다는 걸, 내가 사랑하는 당신 역시 그렇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미쳐 있다는 걸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으니까.
나에게는 이 모든 일이 설렘이고 행복이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정신이 나갔다고 혀를 내두를 일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외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에 때때로 우스울 지경이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아니, 꽤나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믿었었는데 어떻게 이런 연애에 빠져버리게 된 건지 몇 번을 고민해봐도 늘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당신이 나를 물 속에 빠트리고 푹 절여서 이미 머릿속까지 잠겨서 더는 사리 분간도 안 되는 거라고 이성의 마지막 비명인지, 우울에 젖은 오판인지 모를 결론을 내렸던 건 언제였더라. 이미 그 위로 그래도 괜찮다는 무거운 한 문장이 푹 눌러 앉아서 더는 기억나지 않는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 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죽이려고 들겠지, 하는 웃지 못할 우스개소리를 뱉는 게 전부였다.

